본문 바로가기

gossip

나의 왼발

his photo is copyrighted by the photographer and may not be used without permission.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열연한 영화 이야기를 하잔 얘기가 아니다.
지난 주말 계단에 물이 약간 고여있었고 슬리퍼를 신고 계단을 내려가다 그만 미끄러졌다.
미끄러지면서 왼쪽 엄지발가락을 심하게 졎쳐졌는데 졎쳐지면서 살이 틑여져 피가 엄청 흘렀고 피가 멈추는데 몇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내가 고통을 잘 참는 편인데 얼마나 아팠는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주말이라 병원도 문을 닫고 좀 지나면 괜찮겠지 싶어 응급조치는 지혈하는 정도였다.
몇 시간이 지나자 발등과 왼쪽 엄지발가락 마디가 퉁퉁 부어 올랐다.

예전 마라톤 연습을 하다 오른쪽 발목을 심하게 졉찔려 몇 달동안 병원 신세를 졌고 이후로도 가끔씩 아프면 한의원을 찾아야 할 정도인데.. 이번에 왼발인 것이다. ㅠㅠ
내가 왼손잡이, 왼발잡이라서 왼발을 다치니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절뚝거리며 걷긴 했지만 신경은 이상이 없는 듯해서 주중에는 그냥 버텼다. 워낙 바쁘기도 하지만 참을만 해서 괜찮아 질 거라 지레 짐작한 것이다.
가끔 자다가 아파 깨거나 발을 움직이다 소스라치게 아픈 정도.. 지난 주에는 사무실에서 나도 모르게 갑자기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그래서 결국.. 병원에 가서 X-Ray를 찍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주 금요일 오후 결국 정형외과를 찾았다. 아무래도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지인에게 잘 아는 정형외과를 추천받아 찾아갔다. 접수를 하고 약 1시간 반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교통사고로 온 퀵서비스 아저씨, 허리 디스크로 찾아온 주부 등 아픈 사람이 왜 그리도 많은 지..
내가 이래서 병원에 가기 싫은 것이다. 병원에서 보는 모습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순서가 되어 문진을 받고 일단 X-Ray를 찍었다. 다시 지루한 기다림..

다시 내 이름이 불려지고 의사선생님은 인자하게 생긴 분이었고 인상만큼이나 말씀도 점잖게 하셨다.
내가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 또 하나.. 나이도 몇 살 안 먹었으면서 반 말을 툭툭하는 게 기분나빠서..
이 분은 달랐다. 3대째 의사 집안이라 그런지 교양도 있고 예의도 있었다. 게다가 유머감각까지..
X-Ray 필름을 보여주며 이게 뭘까요? 하고 물으신다. 뼈 마디 사이에 흰색 조각같은 게 보였다. 크기는 약 3~4mm 정도 되었고..
속으로 뼈조각을 의심했지만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의사선생님께서는 인대가 일부 찢어지면서 뼈조각이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이때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수술을 해야 하나.. 혼자 있으면서 간호해줄 사람도 없는데..
4년 전 MTB 타다가 산에서 굴러 오른쪽 중지 손가락이 부러졌었다. 마침 6월 6일 현충일날이어서 생생히 기억한다.
그때 산에서 자전거를 왼손으로 끌고 부러져 돌아간 손가락을 위로 치켜 들고 혼자 서울대학교 병원을 찾아 갔었다. 그리고 깁스를 하고 몇 달을 고생했었는데 다행이 왼손잡이라 견딜 만 했지만 매일 샤워하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한손으로 세수를 한다고 생각해봐.. 무슨 고양이 세수하는 것도 아니고.. ㅠㅠ
MTB 체인에 오른 발등이 쓸린 적도 부지기수고.. 여긴 아직도 흉터가 남아있다.
보기보다 Extreme을 좋아해서 온 몸이 성한 곳이 없다.

그래서 절대 아프지 말아야지 하고 조심했는데.. 얘가 칠칠맞아서 잘 다치는 편이다.
특히 발이 작아서 그런 지 잘 삐고 넘어진다. ㅠㅠ

이번에도 약 3~4 개월 정도는 이렇게 하고 살아야 한다.
다행이도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고 이후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셨다.

혼자있을때 아프면 그렇게 서러운데.. ㅠㅠ
지난 번 손가락이 부러졌을때는 수호천사가 있어 위로가 됬었는데..
이번에 다시 연락하려니 지난번처럼 걱정하고 기호하고 간호해주려고 할 것 같아 연락하기가 좀 그렇다.

차라리 손을 다치는 게 발을 다치는 것 보단 낳다. 발을 다치면 이동이 불편해서 상대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이 더 크다.
더구나 겨울에는 밖으로 싸돌아다니는 게 취미라 이번 겨울은 잠자코 있어야 하는 걸 생각하니 우울하다.
눈 덮힌 겨울산 사진을 찍으려고 맘을 먹었는데..
그리고 외국에도 한번 다녀 오려고 했는데.. ㅠㅠ




P.S. 왼쪽 상단의 검은 물체의 정체는 Ann의 왼쪽 앞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