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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Must Have Gloves

오래 전 패션잡지를 보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장갑이 있었다. 형태는 운동할때 사용하는 장갑인데 가장 닮은 꼴은 골프장갑을 연상하면 될것이다.
과거 헐리우드영화를 보면 자주 눈에 띄는데 보통 AutoBike를 탈때 사용하거나 아니면 멋을 내기 위한 용도로 주인공이 자주 착용하던 가죽 장갑이다. 방한용이 아니라 운동용이므로 안감이 없고 질 좋은 가죽 한장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손의 감각을 최대한 잘 느끼도록 하기 위해 손에 완전히 밀착되도록 되어 있다. 여성용 가죽장갑으로는 이러한 형태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남성용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고, 물론 가죽 한장으로 마감된 장갑은 있지만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손에 완벽히 밀착되는 형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골프장갑을 끼고 다닐 순 없고.. ㅠㅠ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분은 아마 아래 사진을 보면 바로 알아차릴텐데.. 문제는 구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하자니 핵심 키워드를 뽑아낼 수가 없었다. 이 장갑을 뭐라 부르는 지 아시는 분..
그래서 언제나 내 맘속의 Must Have Gloves.. 였다.


얼마 전에는 내가 자주 다니는 브랜드 카탈로그에서 보고 문의했지만, 장갑은 해당 브랜드 제품이 아니란다. 제품명도 모르겠단다. ㅠㅠ

언젠가 가수 비가 공연할때 이런 형태의 가죽장갑을 끼고 나온 것 같던데..

암튼 그러다 그제께 메일로 보내온 모 백화점 카탈로그에서 바로 이 제품을 본 것이다.
내가 그토록 찿던 바로 그것이었다. 브랜드는 내가 자주 이용하는 브랜드이고.. 감격감격감격 ㅠㅠㅠㅠ


오늘 해당 브랜드샵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니 블랙과 브라운 두 가지가 수입되었는데 워낙 소량만 수입했고, 사이즈가 작아 안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현재 블랙 제품만 있고 브라운은 본사에 문의해보겠단다. 그래서, 내가 두 가지 모두 구입할테니 꼭 구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두어 시간정도 지나 전화가 왔다. 본사에 한 개 남은 거 구했다고 한다. ㅎㅎ

저녁에 들리겠다고 했다.
오늘이 단골 브랜드 순례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야 했다. 추운 날씨에 강북과 강남을 이동해야 했단.. ㅠㅠ
분더샵엔 2009 S/S 제품이 벌써 들어왔지만 내 맘에 드는 게 없었고 CP Company에선 바지를 하나 구입했다.






바로 이제품.. 내 사진으로는 제대로된 느낌을 전할 수 없을 것 같아 해당 브랜드 웹사이트의 사진을 캡춰했다.


이해가 되는가?

이것이 바로 이태리 Antonio Murolo사 제품이다.
제품 보증서에 간략한 회사 소개가 있는데 1920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태리 나폴리에서 제작되는데 별 내용은 없지만 홈페이지도 있다.

http://www.antoniomurolo.it/


해당 홈페이지의 사진은 정말 형편없다. 오히려 역효과 날 것 같은데.. ㅎㅎ
인터넷을 통한 홍보는 단지 구색용이고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소위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작자가 만드는 제품은 오프라인으로도 명성이 자자하고 충분히 판매되므로 온라인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이 패션 업계의 공통된 특징인데 이곳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조차 없는 브랜드도 수두룩한데 그래도 이곳은 홈페이지는 있으니 봐줄만 하다.

이태리는 가죽제품에 있어선 최고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가죽제품은 모두 이태리 제품이라고 봐도 된다. 가죽제품을 다루는 노하우를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워낙 가죽제품을 좋아해서 꽤 많이 구입했는데 구입한 제품의 100%가 이태리였다. 다른 나라의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가죽제품에 관한 한 이태리에서 OEM으로 제작되었음은 조금만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매장에 들러 실물을 보니 더 이뻤다. 가죽의 질감도 매우 좋고, 수공으로 꼼꼼히 제작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문제는 크기인데..
내 손은 작다. 내 키 정도의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작은 편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여성 가죽장갑을 끼면 딱 맞다.
조심스레 손가락을 밀어 넣어보니 매우 힘들게 들어간다. 원래 손에 꽉 끼게 착용하도록 제작되었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리고 새 제품이니..
대충 넣어보니 손에 꽉 낀다. ㅎㅎ
손에 닿는 질감이 매우 좋고 장갑낀채로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보통 장갑을 끼면 감각이 둔해져서 조금이라도 뭘 할려면 장갑을 벗어야 하는데 이것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이 장갑은 그러한 불편함에서 해방시켜 준다. 그리고, 거의 일년 내내 낄 수 있다. 방한용이 아니므로..
사진을 찍을 때 매우 좋을 것 같다. 오늘 Leica를 들고 나갔는데 몇 컷을 찍어보니 역시 셔텨 릴리즈 버튼을 누를때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난 장갑을 좋아한다. 칠칠맞아 손을 잘 다치기도 하지만.. (어제는 우유먹으려고 안쪽 Seal을 손톱을 이용해서 떼어내려다 손톱 바로 아래를 베였다. Seal이 종이 안쪽에 얇은 알루미늄막으로 덧덴 것이라 아주 날카롭다. 아직도 손가락이 얼얼하다.. 종이에도 곧잘 베이고.. ㅠㅠ ) 그래서 집에 있을때도 자주 장갑을 끼고 있다. 장갑끼고도 키보드 잘 친다. ㅎㅎ 그만큼 원래 장갑끼는 것을 좋아한다. 겨울 방한용 장갑은 아마 몇 십개는 될 것 같다. 거의 대부분은 가죽장갑이지만 털실로 짠 벙어리 장갑도 있다. 장갑끼리 실로 이어져 있는.. 어릴 적 끼고 다녔던 추억이 생각나서 산건데.. 이것을 끼고 나가면 내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ㅎㅎ

방한용이 아니라 손은 좀 시린 편인데 참을 만하다. 그리고, 못 참겠으면 방한용 장갑을 끼면 되고.. 항상 내 가방에는 가죽장갑이 2개 정도는 들어있는데.. 그때 그때 기분에 맞춰 끼기 위해 색깔 별로 몇 종류를 넣어다닌다.

이제는 평상 시에는 항상 이것만 끼고 다닐 것 같다. 운전을 해보니 역시 운전하는 맛이 더 난다. 내 차의 스티어링 휠은 아주 질좋은 송아지 가죽으로 감싸져 있는데 이 장갑을 끼고 운전하니 손에 더 잘 잡히는 게 운전하는 맛이 난다. ㅎㅎ



눈물날 정도로 행복한 오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