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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

Analog 찬가


새로 구입한 EIZO CG241W 24" LCD Monitor는 기대만큼 맘에 들지 않는다. 캘리브레이션을 해보고 별 짓을 다해도 역시 2% 부족하다. 내가 EIZO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었나.. 예전에 사용하던 LCD와 비교해도 약간 뛰어날 뿐이지 그렇게 좋은 지 모르겠다. 계조선형성이 CRT와 동등한 수준이다.. 등등 SLRclub에서 모두들 EIZO를 입에 거품을 물고 칭찬하기에 고민없이 구입했는데.. ㅠㅠ
하긴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그래픽용 LCD로는 인정받는 제품이니까..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계속 사용하느냐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느냐 고민하던 중 그래픽 디자이너 친구 만나러 회사에 놀러갔다가 그 친구가 작업하는 Mac으로 내 블로그를 띄어보고 맘을 굳혔다. (거긴 아직도 CRT가 몇 대 있다.) 그걸 뺏어올까 하다 참고.. 곧장 인터넷을 검색했다. 하지만 현재 신품 CRT Monitor를 생산하는 곳은 없었다. ㅠㅠ

CRT 전성기 시절 Sony Trinitron CRT를 OEM 공급받아 출시된 IBM P275..
에이조 T965를 구할 수 있었는데(이 제품은 예전에 사용했었다. CRT Monitor의 최고제품이다. 이 제품도 Sony Trinitron CRT를 사용한다.) 예전에 사용해본 경험도 있고 IBM 로고와 특유의 각진 형태에 한눈에 반해 구입했다. 더욱이 이 모델은 DVI가 지원되는 최후기형 CRT에 속하기 때문에 사용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선택한 것이다. 중고 CRT는 1만 시간이 지난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내가 본 에이조도 6천 시간정도 사용한 모델이라 갈등 좀 했는데 IBM을 보자마자 맘이 싹 바뀐 것이다.
민트급의 상태좋은 중고를 운좋게 구입할 수 있었다.  ㅎㅎ
CRT를 들고 전문점으로 들고 가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하고 다시 내 스타일로 캘리브레이션을 했다. 그렇게 하고 그 동안 내가 작업한 사진을 보니 역시 아나로그답다. 톤과 쉐이드가 그지없이 부드럽고 손에 잡힐 듯이 리얼하다. 역시 잘한 선택이다. 무거운 CRT 2대를 차에 싣고 내리기를 몇 차례 반복하고 집으로 가져오느라 고생 좀 했지만 모든 세팅을 마치고 난 후 CRT로 뿌려주는 색감은 내가 원하던 바로 그 색감이다.
 
역시 난 아나로그 세대답게 아나로그가 좋다.
CD보단 LP가 좋고 디지털 카메라보단 필름 카메라가 좋다. 기계식 키보드가 좋고 기계식 손목시계가 좋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면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것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아나로그적 감수성.. 
기계적 매커니즘과 내가 하나가 되는.. 보다 주관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아나로그가 좋다.


최근 득템한 IBM Model M Buckling Keyboard(Old Dell Logo)
IBM이 타이프라이터 기계를 만들던 회사라는 것을 아는 이가 몇 이나 될까..
그들의 독자적인 Buckling 방식은(미국놈들은 Clicky Keyboard라고 한다.) 요즘같은 대량복제시대에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산물이다.

예전 90년대 초 내가 관리하던 서버 중 IBM P Series가 있었는데 그 당시 매어있는 키보드는 현재 내가 사용하는 모델의 손자뻘 정도 되는 최고 후기형에 속하지만 역시 Buckling 특유의 조작감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후 IBM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Keyboard 사업부를
Unicomp로 매각하게 되어 더 이상 IBM의 Model M은 접할 수 없게 된다. 물론 Unicomp는 지금도 계속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예전 IBM Model M과는 분명 다르다.

근래 다시 타자기를 사용하고 싶어(역시 난 어쩔 수 없는 아날로그 매니아인가 보다.. 갑자기 타자기가 쓰고 싶다니.. 사실은 비뚤비뚤한 특유의 타자체도 보고 싶었고 탁탁 입력할때마다 피아노 건반의 해머마냥 활자가 튀어올라 리본잉크를 찍어주는 입력방식을 보고 싶었다. 라인 끝에 가면 팅 소리나는 것도 듣고 싶었고.. ㅎㅎ 요즘은 PC로 모든 작업을 다하는 참 편리한 세상이라 이런 불편함을 애써 찾아 맛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다 문서작업보다는 PC작업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궁리끝에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IBM Model M 이다. 타자기는 가까운 미래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v
이 키보드를 사용하면 마치 타자기를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선 무지 시끄럽지만 누를때 느낌과 손가락을 튕겨주는 반발력이 일반적인 기계식과는 사뭇 다르다. IBM Model M의 특징이 바로 스프링에 있기 때문이다. 키 스트로크도 깊고..

이게 더 좋다 나쁘다의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이므로 호불호가 분명 갈릴 수 있겠다.


곧 바로 장터에 잠복하기를 며칠.. 국내에는 거래가 잘 되지 않고 특히 상태좋은 중고를 구하기 힘들어 Ebay에서 괜찮은 물건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해서 결국 얻게 된 것이다.
사진 상으로도 민트급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물건을 배송받고 보니 역시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거의 30년 가까이 창고 어디에서 봉인되어 있던 놈을 내가 구입한 것이다. ㅎㅎ
스프링의 텐션이 신품과 같을 정도로 사용하지 않았고 테닝도 없었다. 다만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있어 이를 청소하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됐다. ㅠㅠ
닦으면서 느낀 점은 역시 요즘 세상에는 이러한 제품을 만들지 않을 것이며, 만약 만든다고 하면 무지 가격이 높을 것이라는 것.. 역시 미국놈들 답게 무지 튼튼하고 실용적으로 만들었다. 크기도 하지만 무게도 무지 무겁다. 덕분에 배송료가 무지 많이 나왔다는.. ㅠㅠ 명품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금액만 비싸다고 명품은 아니다. 시대를 초월할 수 있는 아우라가 있어야 한다.
기계적으로 고장날 부분이 없을 만큼 잘 만들어져 집어던지지만 않으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제품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F5170을 구하고 싶은데 정말 레어아이템이라 기회가 없다.

이 제품은 IBM의 OEM으로 Dell에 납품된 제품인데 커스터마이징이 된 것은 하나도 없다. 뒷면 시리얼이나 모델명도 그대로다. 단지 로고만 Dell로 되어 있을 뿐..(로고가 요즘과 다르다. 예전엔 저랬다는.. ) 물론 IBM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것 외에도 IBM Keyboard가 몇 개 더 있으니 불만은 없다.
내가 원래 IBM을 좋아한다. 시스템 관리자로서 IBM을 많이 만진 탓이 크리라.. 요즘의 IBM은 HDD 사업부도 Fujitsu로 넘기고 PC 사업부도 Lenovo로 넘기고 IBM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말이다. 더 이상 IBM 로고의 Thinkpad를 살 수 없다는 게 분하다. ㅠㅠ


모니터 교체 후 책상 정리를 한 후 기념샷!
현재 노트북 2대와 PC 1대를 사용하고 있어 책상이 좀 좁아 보이는군.. ㅠㅠ
각각 용도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P.S. 마우스 키보드는 Christian Lacroix에서 VIP에게 특별히 나눠 준 것이라고 하는데.. 난 이 회사 제품은 입지 않는데 나랑 수 년째 친하게 지내는 매니져(DKNY)가 준 것이다.
가죽으로 만들어 고급스런 느낌이 나는 게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