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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review

오페라 ''람베르무어의 루치아'' 공연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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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 공연 후기입니다.
이번 도니제티의 '람베르무어의 루치아'는 아주 좋았습니다.

일단 국내 무대에 잘 올려지지 않는 작품이었기에 모처럼 실연을 접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를 했습니다.

사실 루치아는 마리아 칼라스에 의해 빛을 본 오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오페라가 한 두 작품이 아닙니다만... 기록에 의하면 칼라스는 루치아를 총 46회(1952년 ~ 1959년) 공연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바쁜 스케줄로 봐도 이 정도 회수는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감히 이런 작품을 공연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우선, 출연진의 기량이나 연주 실력이 좋았습니다. 음악을 맡은 코리아 심포니의 서포트도 좋았구요. 코리아 심포니의 수준은 이미 저번 정모에서 확인하셨을 테니 달리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날 오페라가 벨칸토 오페라이니만큼 배우들을 서포트하는 것에 중점을 맞춰 연주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라 많은 연주 앨범을 들어왔고 또한 자주 듣습니다만 이번 공연 전날 다시 칼라스의 앨범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공연을 보고 돌아와서 다시 들어봤습니다. 최대한 공정히 비교를 하려고요. 연주 기량 자체만 놓고 볼 때는 흠 잡을 것이 없었습니다.

출연진 개개인의 면모를 따져보면 우선, 루치아를 맡은 도이테콤은 전문 루치아 배우답게 쉽게 연주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루치아의 모범이자 최고로 생각하는 칼라스와 비교할 때 호소력있는 멜리스마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도 조금 가냘픕니다. 그래서 광란의 장면에서 무대를 장악하는 힘이 다소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 칼라스와 비교해서요..) 대신 관객들이 더 불쌍하게 느낄 수 있는 장점은 있습니다. 마치 그루베로바처럼 말이죠..

사실 이정도 정상급에 해당하면 테크닉적인 측면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제가 말씀 드린 두 번의 최고음도 제대로 냈구요. 광란의 장면도 아주 좋았습니다. ‘일 돌체 수노 미 콜피 디 수나 보체…’라고 시작하는 음을 듣는 순간부터 완전히 몰입했으니까요… 연기도 좋았구요. 표정을 보니 완전히 몰입을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배역들은 이 부분은 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암튼 루치아는 좋았습니다. 여유 있다는 게 표정이나 노래에서 내내 느껴지더군요.

다음 에드가르도를 맡은 박기천입니다. 사실 이 날의 배우 중 개인적으로 최고로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아름다운 미성을 가졌더군요. 노력에 의한 것인지 타고난 것인지 확인을 할 순 없었지만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였습니다. 제가 여태 접해본 국내 성악가중에는 최고의 아름다운 테너였습니다. 처음 등장해서 연주를 시작할 때 제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최고의 에드가르도로 생각하는 주제페 디 스테파노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스테파노도 타고난 미성인데 그에 못지 않는 미성이더군요.

발성도 좋았습니다. 밝은 음색은 이태리 오페라에 아주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암튼 이 날 최고의 히어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키가 좀 작은 게 맘에 걸리는 군요. ^^

엔리코는 별로 였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연주 실력이나 연기 뭐 특별하게 못한 것은 아니고 잘 했습니다만 상대적으로 다른 배역과 놓고 비교했을 때 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목소리를 내는 것이 힘들게 힘들게 나옵니다. 아무리 바리톤이라도 듣는 게 너무 힘들더군요. 그리고 나무 자루처럼 가만히 서서 노래 부르는 것이 전공학생 같더군요.

암튼 엔리코는 제게는 별로였습니다.

그리고 아루투로입니다. 이 배역은 나머지 배역에 비해서는 연주 시간이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날 배역을 맡은 아루투로는 좋았습니다. 우선 목소리에 특유의 비음이 들어가는 게 과거 전설적인 테너인 마리오 델 모나코를 연상케 했습니다. 물론 그 만큼 비음이 더 들어가고 소리가 더 강하진 않았지만 공통적으로 비음에 강한 소리를 가졌더군요. 연주도 좋았구요. 다음에 좀 더 소리를 들어볼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무대 연출은 과거 초연 당시의 연출 방식을 썼습니다. 매 막이 끝날 때 마다 배우들이 나와서 인사하고 들어가는 식으로 말입니다.

제가 말씀 드린 벨칸토 오페라가 이해가 되셨을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한국 성악가들의 높은 성과가 돋보이는 공연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