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를 볼 수 있다는 설래임이 공연 시작 전부터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좋은 공연을 보기 전에는 늘 이런 조바심이 생기곤 하는데.. 이번 공연 역시 무척이나 기다려왔던 터라.. 아침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퇴근 시간을 고려해서 일찌감치 출발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는 오랜만에 많은 사람으로 공연 전부터 붐비고 있었고, 평소에 잘 볼 수 없었던 일본인 관람객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일본인을 본 적이 있던가.. 덕분에 비싼 티켓 값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매진이 되었다. 이는 좋은 현상이다. ㅎㅎ
심지어 내 옆자리에 앉은 40대 부부도 일본인이었다.
-.-
로비에서 허기를 채우기 위해 커피와 케잌을 먹고 있었는데 쟁반을 놓을 수 있는 스탠드 테이블이 부족해서 쟁반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일본인 커플과 순간 눈이 마주쳤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쟁반을 몸 쪽으로 당겨 스탠드 테이블을 비워주며 손짓을 하자, 일본인 특유의 예의 바름으로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해 하는 지 머쓱할 정도였다.
^^
공연은 곳곳에 위트와 배우들의 애드립으로(오자와 마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국내에는 접하기 힘든 콘체르탄체 형식은 이번 공연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다.
지휘자가 포디움없이 바닥에서 연주하며 때론 극 속으로 들어가는(배우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시늉을 하는 등) 설정이 신선했고 배우와 오케스트라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중재자로서 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지휘자는 극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되고 오케스트라는 컴컴한 지하에서 연주하지 않고 당당히 무대 중앙을 차지하고 연주하게 됨으로 이를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볼 수 있는 관객은 극과 연주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점에서 오자와는 대단히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벌써 몇 년째 지휘를 맡은 빈 슈타츠오퍼는 혼연일체가 된 듯 익숙한 느낌이었다.
동양의 자그만 백발 노구의 지휘자가 서양인들 사이에서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는데 완쾌되었는 지 일흔이 넘는 지휘자는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열정적으로 지휘를 했고 관객으로부터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 냈다.
그 동안
DVD를 통해 보던 그의 특유의 지휘동작을 직접 볼 수 있는 것도 귀중한 경험이었다.
오자와에 대한 국내 평가는 냉소적이지만 오페라 분야에서는 높이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배우들을 보면 가장 중요한 역할인 수잔나는 전형적인 수브레트 역할을 능숙히 해내고 있고 능글한 백작도 인기만점이었다. 백작부인은 처음에는 고음이 다소 거칠고 음정이 조금 불안했는데 극의 후반부로 갈 수록 안정을 찾았고 그 외 피가로, 케루비노 등 배역들 모두 훌륭했다.
여태껏 직접 관람한 ‘피가로의 결혼’ 중 최고점을 주겠다.(9/10)
기억에 남는 장면..
"파..파.. 파드레.."